스타트업 프론트엔드 개발자, 퇴사 회고

Story
23년 3월부터 8월까지 인턴십을 진행했고 9월부터 24년 10월까지 1년동안 직원으로 다닌 회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졸업을 위해 시작한 인턴

인턴을 해야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현장실습지원센터를 찾아봤다.

이때가 23년 3월이다.

그전에는 카카오와 같은 큰 it 회사도 연계했다고 했는데

내가 지원할때는 코로나로 인한 개발자 버프가 끝난 상태라.. 큰 회사는 없었다.

그래도 아무데나 지원하기는 싫었다. 그중 일정이 자세해서 최대한 많이 배울수 있는 곳에 지원했다.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느낌 아세요?

리액트만 끄적거린 나에게 실무를 한다는건 처음엔 정말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업무 외적으로 따로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1인분 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이때 나의 성장속도는 미친듯이 올라갔다.

next, mui, firebase, ssr, seo, 다국어 지원 ...

정말 다양한 기술을 습득했다.

프론트엔드의 깊이는 끝도 없었고 점점 프론트엔드 기술이 좋아졌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

문제가 발생했을때 어디에 뭐가 문제인지 바로 알아차리는 내가 대견하고

회사에서 주어지는 기능 구현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며 진짜 실시간으로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회사로 가득찬 나날들

나는 인턴으로 있으면서 개발하는게 즐거웠다.

학부생때는 디자인과 기획까지 신경써서 내 전공이 아닌 일들에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다면

회사에서는 기획자와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나는 내 전공인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일하는게 즐거웠고 퇴근하고 나서도 온통 회사 서비스 생각뿐이었다.

주말에 '어떻게하면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을 했고 다른 서비스를 볼때도 "어떻게하면 우리 서비스에 적용해서 더 잘되게 할 수 있을까?" 생각뿐이었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가장먼저 주말동안 발견한 에러를 수정하고, 사수님과 대표님께 내가 생각해온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바빴다.

그래서 그런지 4개월 인턴십인게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나의 열정이 회사에 닿았을까?

정직원 제안을 주셨다.

이때 나는 어떤 고민을 했었을까?

동기들은 싸피를 하거나 취준하기에 바빴고 나에게도 취준이라는 선택지가 있었을것이다.

그럼에도 정직원을 받아들인 이유는

생각보다 너무 큰 연봉 제안과 여태까지의 성장곡선이 이어진다면 너무 훌륭한 개발자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성장할 수만 있다면 회사의 네임벨류나 규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직책만 바뀌었을뿐인데 성장이 멈춰버렸다

직원이 되고나서 나의 성장이 멈춘듯했다.

정확히 말하면 성장은 이미 인턴 말미에 멈췄고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게 맞는 표현이다.

회사가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업무가 주어졌다. 인턴때는 업무 하나하나가 재밌었다. 직원이 되고나서 느낀건, 그 재밌는 업무를 사수님이 포기하고 인턴인 나에게 전달해줬다는 걸 알게되었다. 당연히 여기에는 잡무는 빠졌고 "성장하기에 좋은 업무"를 골라서 주신거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직원이 되었고 회사에는 정말 수많은 일들이 존재했다. 단순 디자인 수정부터 시작해서 리팩토링, 레거시 청산, 문서화 등등

드라마틱하게 성장할 업무는 거의 없었다.

이미 내가 그정도로 빠르게 성장할 단계는 조금 지났기도 했다.

더이상 주어진 업무가 어렵지 않았고 그냥 루틴처럼 느껴졌다.

개발자인데 이제 그만 아이디어내자

매일 어려움이 없이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정말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어떻게 나아가야할까? 정직원 다음 스텝은 뭐지?

어떤 개발이 좋은 개발일까?

왜 나는 정체되어있지? 어떻게 해야 성장할 수 있을까? 등등

그중 내린 하나의 결론은 아이디어를 내는것보다 기술적인 역량을 쌓자였다.

그전까지는 ui/ux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 이때부터 기술적으로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한것 같다.

이때 회사는 CES에도 나가고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업무량은 계속 많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업무마다 많은 고민을 하면서 처리하기에는 기한이 짧았다. 일하면서 성장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성장을 하고 회사 업무에 적용하는 구조가 이상적으로 보였다.

개발 스터디를 시작해야만 했다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능 구현에 치중하여 사실 근본적인 기술 지식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모던 자바스크립트 Deep Dive 가 수학의 정석처럼 여겨져서 이 책을 선정하여 동료 프론트엔드 개발자들과 함께 스터디를 시작했다.

정말 성장하기 위해 많은 발버둥을 쳤다.

자연스레 '다른 회사는 어떻게 지내지? 어떤 기술에 관심이 많을까?'로 관심이 생겨서 기업의 기술블로그도 이때부터 읽기 시작했다.

우리회사에는 시니어 개발자가 없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스터디를 시작한것도 있었다.

어느날 시니어가 사라졌다 유튜브 영상 링크

그러다가 본 영상인데 배민의 시니어 개발자가 부서이동을 하게 되면서, 주니어끼리 성장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룬 영상이다. 위 영상은 그 사라진 시니어 개발자분께서 리뷰를 하면서 중간중간 에피소드를 들려주신다.

그 외에도 회사에서 코드 컨벤션도 도입하고 코드리뷰 문화도 개선하고 인턴을 도맡아 교육하기도 하고 인턴을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치열하게 일해보고 싶다

발버둥을 치며 성장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를 결정한 이유중 하나는 회사가 너무 평화로웠다.

돈도 잘주고 업무도 어렵지 않았고 사람들도 좋았다.

일상이 평화로우니 자꾸 안주하게 되었다. 스터디를 하고는 있지만 깊게 공부해서 업무에 적용할 일이 생각보다 많지않았다. 매번 새롭게 기능을 추가하고 유지보수를 거치기 보다는 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깊은 고민을 통해서 좋은 구조로 구현하는 것보다 빠르게 구현하는게 더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 어느 순간, 내가 개발자가 아니라 퍼블리셔가 된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여기서 더이상 성장할 수는 없겠는데? 나에게 이 연봉을 주는것보다 지금 들어온 인턴을 회사가 고용하는게 회사에 더 도움이 되겠는데?' 라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에서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일해야하지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공감했던 아티클이다.

너무 평화로운 회사. 워라벨이 너무 좋고 성격 좋은 직원들. 하지만 치열하지 않은 사람들

평화로운 만큼 서비스의 성장도 잔잔했다. 너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당장은 좋지만 나의 비전을 걸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하면서 퇴사를 결정했다.

좀 더 치열하게 일해보고 싶었고 깊게 일해보고 싶었고 평화로운 회사보다도 매일이 챌린지인 회사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6개월 퇴사유예

24년 4월 퇴사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10월에 퇴사를 했다.

인생의 갈림길을 정하는 정말 큰 결정이었고 이게 맞는 결정인지 확신이 필요했다. 결정을 하고나서 정말 후회를 안할건지 끊임없이 나에게 되물었다.

그러던중

6월부터 9월까지 회사에서는 정말 중요하고 규모 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투자를 결정하는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나는 퇴사를 결심했지만 회사가 싫어서 떠나는건 아니기에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에 임했다. 정말 치열하게 임했다. 프로젝트 기한이 짧아 기한내 마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주 6일 근무를 했으며 내 업무를 빠르게 끝내고 다른 동료의 업무를 내가 대신 진행하면서 까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치길 바랬다.

여기서 치열하게 일했다는건, 단순히 기한내 끝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기술적 최적화를 시도했고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일관되지 않은 ui 수정을 함께 진행했다. 또한 추가한 기능이 제대로 안착하게 하기 위해서 스테이징 환경에서 계정을 운영하며 새로운 기능을 적극적으로 써보면서, 자체 QA 및 사용자 입장에서의 의견을 매주 회의때 추가로 공유했다.

단 한가지 아쉬웠던것은 나만 치열했다는 것.

참으로 아쉽다.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여러번 강조했음에도 치열하지 않음이.

프로젝트 회고할때 일정관리 실패에 대해서 얘기가 나왔는데 이 프로젝트를 '연습'삼아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하셨다.

엄청 중요하다면서요.. 회사의 마지막 기회인것 같아 죽도록 열심히 했는데 왜 연습인건데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결심을 굳혔던것 같다.

안좋기만 했을까?

사실 퇴사를 결정하고부터 퇴사 직후에도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많지 않았다.

회사를 여전히 응원하고 함께 일했던 분들도 좋은 사람들이긴했지만 서술하지 않은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도 포함되어 있기에 긍정적일수만은 없었다.

퇴사 회고를 퇴사직후가 아니라 이제서야 적는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정말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좋은 인간관계를 알게 해주었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디자인적 안목이 있다고 디자이너 분들이 칭찬해주셨다. 그리고 이해하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쉽게 설명하는것도 잘하는것 같다.

무엇을 못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정말 거절하는 걸 못한다.

특히 사수님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좋게 거절하는 법과 포용하는 리더십, 책임을 지는 법 등 정말 큰 사람이었고 개발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왜 회사들이 경력자들을 선호할까? 생각했을때 비단 개발실력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개발실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이런 소프트 스킬과 문제를 마주했을때, 갈등이 생겼을때 해결방식등에서 크게 차이가 났다. 정말 사수님은 "같이 일하고 싶은 개발자"였다.

인턴을 가르쳐볼 수 있는 경험도 좋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말 더 깊게 알아야했고 알려주면서도 많이 배웠다.

인턴 면접을 보는 기회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어떤 이력서를 피해야하는지, 면접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정말 좋은 기회였다.

퇴사하고나서 지금까지

5개월정도 지났다.

좀 쉬기도 하고 하고싶은 공부도 해보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여러가지를 하면서 지냈다.

아직 취업준비중이고 생각보다 쉽지않음을 느낀다.

너무 그동안 편하게 개발했다. 다시 이력서를 고치면서 내가 생각보다 한게 없음을 느꼈고 그동안 회사에서 너무 좋게 대우해줬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회사의 그늘에서 벗어나니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정말 많이 생각하고 결정해서 그런지 퇴사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그렇지만 정말 좋은 회사였고 내가 만약 대기업을 먼저갔다가 나중에 이 회사를 만났다면 어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민 퇴사부검글 이거보고 정말 공감했다. 다양한 회사의 단계를 경험하고자 떠난다니 멋지고 공감됐다.

퇴사하고 읽은 글중 또 하나 공감되었던 글이다. 왜 나는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라고 생각했었을까. 회사만을 위해 생각하고 회사만을 위한 개발은 결국 회사를 떠난 나에게는 별로 남아있는게 없었다. 나의 성장을 위해 내가 악착같이 챙겨야 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외 인상깊었던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개발자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준 글, 번아웃에 대한 글

참으로 감사하다. 좋은 회사만나서 좋은 사람들 만났고 성장할수 있었다.

첫 회사라서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다.

참고 아티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